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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스테이츠 마지막 섹션 회고

couch 2022. 8. 18. 16:46

이번 회고는 KPT보다는 주절주절 적어봐야겠다.

 

섹션3 마무리 기간부터 섹션4 중반까지가 나에게는 가장 큰 고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 관리였다.

항상 해왔듯이 자취방에서 데스크탑으로 공부를 하는데, 이상하게 숨이 턱턱 막히고 잠이 쏟아지고 도저히 텍스트가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꾸준하게 해 오던 블로깅도 미완성인 채로 넘기는 날이 많아지니, 뭐 하나 도저히 끝맺음이 안 됐다. 의욕이 안 생기니 청소하고 밥 차려먹는 것도 버거웠다.

 

그때그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자주 해 봤다. 짧게 낮잠을 자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간식도 들여놓고, 저녁에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날씨가 더워지면서는 실내 자전거를 들였다. 다 어느정도 도움은 됐다. 그런데 매일의 수업에서 받는 타격이 그에 비해 너무 큰 것이 문제였다. 보스전에서 한 방 맞고 HP 닳을 때 쪼그만한 포션 네다섯 개씩 까서 겨우 연명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아예 방을 떠나는 것이었다. 내 노트북은 오래돼서 힌지가 덜렁거리는 그램이다. vscode와 zoom, 브라우저 창 세네 개 열어 놓으면 버벅거려서 페어코딩을 하거나 유튜브로 노래 들으면서 작업하려면 어느 정도의 짜증은 감수해야 한다. 그 때문에 근처 카페에도 잘 안 나가고 방에서 데탑만 붙들고 공부했던 것인데, 이게 나를 답답하고 우울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공부 효율을 떨어뜨렸던 것 같다. 6시 이후에도 ‘목표 달성을 못 했는데 나가긴 어딜 나가‘ 하면서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게 채찍질 한 것은 더한 패착이었다.

 

webpack 진도를 나갈 때쯤 춘천에서의 노마드코더 생활을 한 것이 좋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친구가 잠깐 일을 하러 춘천에 가면서 이전에 수녀원었던 건물에서 살고 있는데, 햇살이 예쁘게 들고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길어야 이틀 있다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주인은 주로 출근하거나 본가에 가 있고 내가 3박 4일간 마음대로 드나들며 지냈다. 낮에는 방에 있다가 점심에는 막국수나 메밀전병을 먹고 오후에는 예쁜 카페를 찾아다녔다. 저녁에는 달리 할 것이 없으니 오히려 코드를 한 번 더 들여다봤다. 한 번은 집주인도 찾아가본 적 없다는 근처 코인 노래방에 가서 맘껏 소리를 지르고 왔다. 아, 물론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떠는 시간도 귀중했다.

 

집에서 webpack 수업을 들었다면 아마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다 거품을 물지 않았을까? 독일에서 일하고 계시는 선배와의 만남도 넓고 세련된 브런치 카페에서 이루어졌기에 더 희망적이고 깊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집에 돌아오면서는 겁이 났다. 또다시 이전의 그 스트레스에 파묻히게 되면 어쩌지.. 그런데 예상 외로 돌아온 내 방은 너무 포근했다. 수 년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꽉꽉 채워놓은 방이 고통의 공간이 아니라 다시 내가 돌아올 곳으로 보였다.

 

다행히 그 후 수업들도 컴퓨터 리소스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내킬 때마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공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수업이었던 지난 화요일에는 휴가를 내고 슬럼프 기간 동안 놓친 부분들을 다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부분들 때문에 사상누각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기분이 남아 있었는데, 일부나마 소화하고 나니 안심이 된다.

 

프로젝트를 앞두고 가장 불안할 줄 알았던 시기지만 오히려 훨씬 여유롭고 기대가 된다. 배운 걸 받아먹는 데 바빠서 제대로 된 포폴거리 하나 만들어보지 못했는데, 나 하나가 아니라 4명의 머리를 모아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니 얼마나 멋진 것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시기에도 절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어서 더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즐기면서 조금씩 나아가기, 그리고 존중하며 버티기^^ 그거면 되지 않나 싶다.